2017년 연말, 우리은행이 제작하여 배포한 2018년 무술년 탁상 달력에 수록된 그림 중 일부가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다며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촉발된 논란. 초등학생이 통일을 주제로 그린 그림에 인공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색깔론 시비가 붙었던 사건이다.
우리은행은 1995년부터 매년 문화예술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미술대회를 개최한다. 2018년 달력은 제22회 우리미술대회 수상작들을 실어 제작되었는데, 이 중 10월 면에 실린 그림이 문제가 되었다.
해당 그림은 초등학교 고학년부 대상 수상작으로, 제목은 쑥쑥 우리나라가 자란다였다. 거대한 통일 나무가 두 손(가지)으로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를 들고 있고, 나무의 몸통과 주변에서 아이들과 사람들이 행복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묘사했다. 순수한 동심으로 보면 남과 북이 평화롭게 통일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지만, 여의도의 시각은 달랐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달력 그림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 주요 비판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있다?: 그림 구도상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미세하게 높은 위치에 있다는 지적.
대한민국과 북한을 동등하게 묘사했다: 주적인 북한의 국기를 대한민국 국기와 나란히 배치한 것은 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이 이래도 되나: 우리은행은 당시 민영화 과정에 있었으나, 여전히 공적 자금이 투입된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였기에 사실상 국책은행이 북한을 찬양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약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다른 달의 그림에 촛불집회를 묘사한 듯한 그림이 있다는 점도 문제 삼으며 정치색이 짙다고 공격했다. 보수 언론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나서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세상이 되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은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인공기 달력 규탄 시위를 벌이며 해당 그림이 들어간 달력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남의 은행 달력을 왜 태워
하지만 대다수 여론은 초등학생 그림 보고 너무 진지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우선 해당 미술대회의 주제는 통일이었다. 통일을 그리려면 남한과 북한을 함께 그려야 하고, 상징적으로 국기를 그리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 가장 직관적인 표현 방식이다. 북한 국기를 빼고 통일을 묘사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럼 김정은 얼굴이라도 그렸어야 했나
거기에 네티즌들의 검증 결과,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주최 미술대회나 각종 통일 포스터 공모전에서도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배치된 학생 수상작들이 수두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 이 논리대로라면 박근혜 정부도 문제라는 자승자박에 빠지게 된다. 또한 어린이의 그림을 정치적 잣대로 난도질하는 것은 전형적인 매카시즘이자 아동학대에 가깝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논란이 커지자 우리은행 측은 매우 난처해했다. 은행 측은 미술대회 심사는 미대 교수들로 구성된 전문 심사위원단이 예술성 위주로 평가했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우리은행은 김종석 의원 등에게 사과 경위서를 보냈다. # 이미 배포된 달력을 회수하지는 않았으나, 연말 금융권의 훈훈한 이벤트가 색깔론 전쟁터로 변질된 씁쓸한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