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자들에겐 압제의 폭력이 가해지며, 이 과정에서 굴하지 않는 삶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사회적 계층, 성역할, 권력, 질투 등 다양한 굴레(생명섬유)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주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노예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선택이다.
애니메이션에서 극제복은 계급, 지배 수단, 권력, 운명 등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명섬유를 체험할 수 없으며, 체험하는 자들도 극제복이라는 주어진 권력의 상징을 입고 우월감에 빠져 약자를 억압한다. 하지만 이는 허울이자 구속이며, 진정한 힘은 생명섬유에 있다.
반대로 마토이와 키류인은 오로지 생명섬유로만 만들어진 카무이를 입지만, 온몸을 덮으면 오히려 힘에 잠식되고 만다. 그래서 둘은 사람들의 시선을 극복하고 몸을 가리는 면적을 최소화 한다. 이는 생명섬유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삶을 개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벗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닌, 강하기 때문에 벗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어진 숙명을 스스로 입고 벗는, 생명섬유로 지은 옷감이라는 일종의 성착취, 성역할의 강요에서 벗어난 키류인 사츠키는 자신이 억압받은 만큼 더욱 강하게 민중을 억압하고 군림하려 한다. 이에 맞서는 마토이 류코는 그러한 무거운 숙명을 자를 수 있는 가위를 지니고 다닌다.
일부에선 의도치 않은 페미니즘 요소였다고 주장하나, 지배에 맞서기 위해선 옷을 벗어야 함을 깨달은 등장인물은 남성이며, 그 실천은 여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을 간과한다. 또한 남성 등장인물들이 장치적 역할만이 아닌 충분히 입체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격하하지도 않는다.